CAATINGA
2026 부천판타스틱영화제 BIFAN(상편)
2026.07.08

7.3-7.6 나흘간 부판에 다녀왔다

예매 며칠전 화상통화로 모여서 보고싶은 영화를 추리고 일정을 테트리스했다. 정리벽 휘난새가 예매 우선순위 포함 모든것을 구글시트로 정리해줬고 다들 인기작인 <레위기> <옵세션> 예매는 실패했지만 어찌 양도를 받아서 이틀치 심야상영 표 확보에 성공했다. 부판에 심야상영이라고 자정부터 해뜰때까지 고어영화 세편을 연속으로 틀어주는 심야상영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게 물건이다. 하필이면 예매 며칠전 트위터 바이럴이 되는 바람에 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넉넉해진 자유시간

첫날 저녁 열시쯤 부천시청역 근처 할리스에서 휘난새&산초를 만났다. 그들은 먼저 모여 로즈부시 프루닝을 보고 3시간째 수다를 떨던중이었다. 바로 전날 택배수령한 미숭이님의 실물책 미숭이야를 함께 보고 휘난새와 산초가 구매한 비판홀릭 패키지 특전을 구경했다. 그 특전이란 게 겨우 에코백 하나에 꼬북칩, 말차유자차 파우더 한박스긴했지만(이 꼬북칩을 영화제 내내 보게됨)

나름 강행군인 일정을 대비해 가는길에 편의점벅을 먹고 부천시청 홀에서 친구이자 파트너인 놈팽이와 합류했다.

좌 산초 우 난새

부천시청 홀은 생각보다 멀끔하고 딱딱한 분위기도 아니라 만남의 장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편한 의자는 아니지만 앉을곳도 많고 커다란 야자하며 다양한 식물로 꾸며놨는데 조화가 아니라 모두 살아있다.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에 불이 환한 관공서에 사람들이 오가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영화제에 온 오뜨

상영관에는 뚜껑 달린 투명한 생수 제외 모든 음식물 반입 금지다. 나는 입이 텁텁해서 중간중간 민트 이클립스를 먹긴했음. 첫날밤 영화는 <슬립 노 모어>, <데스가즘2>, <유리커피테이블> 그리고 중간중간 인터미션

인도네시아 <슬립 노 모어>/★3.5
는 수면부족으로 인한 산재를 그린다. 직설적인 시놉시스에도 불구하고 의도한듯 아닌듯 허접해서 코믹한 촬영, 관객을 납득시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캐릭터 설정이 묘하게 우화적인 느낌을 준다. 산만한 전개 탓인지 관객평이 애매한데 나는 재밌게 봤다. 이상할 정도로 태연자약한 푸트리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B급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그 모든 ‘핍진성 없는’ 장면들도. 난 그냥 어처구니 없어서 나오는 웃음을 좋아하는 것 같음

인터미션이 돼서 나왔는데 아까 본 꼬북칩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꿈인줄 알았다
한쪽 출구에선 쟈뎅커피, 다른 한쪽에선 귀리차를 나눠주는데 기대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간식들은 재입장 전에 번호표를 붙여서 바깥에 보관해야 한다

부판동료들이 각자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난 모임에서 보통 찍사인데 자연 풍경보다는 생활적인 피사체를 선호해서 더더욱 그렇다. 애정하는 사람들을 찍는 건 항상 즐겁다(휘난새: 내 영혼을 그만 뺏어가)

뉴질랜드 <데스가즘2>/★2.5
데스가즘1의 시퀄되는 영화
나는 보케와 츳코미 구조로 개그를 짰으면 보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츳코미도 제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존나 고급이어야 됨) 여기서는 그런 역할을 위해 껴넣은 대사들이 성의가 없어서 민망할 정도였달까
코미디보단 개그 고어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즐길만 하다. 사실 메탈만 좀 멋있게 넣었어도 메탈뽕으로 제값을 했을 텐데 말이지

튀르키예 <유리커피테이블> /★4.5
이날 심야상영 중 유일하게 박수가 터져나온 작품. 끝났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할 만큼 고문같기도 했지만. 파멸로 지난하고 멋없게 기어가는 블랙“코미디”….절망 끝의 헛웃음이 이렇게 웃긴다니, 인생이란

휘난새, 놈팽: 유리커피테이블 괴로웠다
산초,횡(튀귄):근데 좋았잖아
휘난새,놈팽: 아닌데
산초: 다시보고 싶을 정도다
횡: 그건 진짜 아닌데

콩나물국밥이야 늘 저렴하지만 차돌순찌 7500 착하다. 놈팽이가 잘 안먹는 달걀을 양보해줘서 내가 두개를 깠다. 놈팽이가 안먹는 달걀, 피클, 무, 김치, 버섯, 미나리를 다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행이다 그대의 깍두기를 다먹을수 있어서

미리 조사해둔 대형사우나 부천스카이랜드에서 이날 오전오후를 보냈다
부판에 갈예정이라면 비추한다
일단 dvd방에 게임방에 놀이방에 수영장에 인생네컷이 굴방일 법한 공간을 죄다 차지하고 있으며 형광등에다 인테리어도 새하얘서 쉬는 곳이라기보단 싸이코패스 공간같다. 매트도 없고 누워잘 공간도 협소한데, 단체방이랍시고 나눠둔 방을 한명이 점거하고 짐놓고 방치하고 그동안 들어온 사람을 내쫓아도 관리를 안한다. (그렇다 우리가 쫓겨났다)
그렇게 쫓겨난 뒤에 아침9시쯤 여자사우나에 딸린 수면실을 발견했는데 보다 훨씬 어둡고 조용해서 기뻤다. 에어컨을 안틀어줘서 찜되는 것 같긴했지만(난 답답하고 더우면 파오후육수가 엄청 나와서 자기가 힘들다)
그리고 수면실을 나가면 번화가의 축소판같은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게 잠든지 4시간만에 청소시간이라며 또다시 쫓겨나 시간때울 겸 라면을 먹었다. 한시가 되어 수면실로 복귀했는데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다보니 잠들 수가 없어서 결국 나왔다. 원래도 잠에 드는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린데 방이 너무 더워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나와서 땀에 절은 몸을 한번 더 씻고 탕에 담그고(우산에서 물쏟아지는 게 있는데 그곤 좋음) 휴대폰 충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천 곳곳에 이런게 있길래 일정도중 들른 안경점에서 부천 부엉이는 뭐냐 상징같은거냐 스몰토크를 했는데
안경사: 부엉이가뭐죠..?

저녁으로 산초님이 찾아둔 라멘맛집 멘초에 방문했다
놈팽이는 어딜가나 라멘을 먹는 라멘전문가라서 라멘집에 갈때면 그가 마음에 들어할지 궁금하다. 난 쇼유라멘, 휘난새는 아카미소라멘, 산초와 놈팽은 시그니처인 쇼유지로마제소바를 주문했다

놈팽이는 지로계나 마제소바 전부 보통은 질리게 되어있는데 끝까지 맛있어서 신기하다며 극찬했고 나도 쇼유라멘에 밥말아 국물까지 완식했다.(놈팽이는 쇼유가 좀 미역국 국물같다고 하는데, 나는 미역국을 몹시 좋아한다) 차슈도 고급이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 영화제 일정 마지막날 또간집했다.

렌즈를 안가져와 리신된 놈팽이의 신변을 위해 부축하듯 다니던중
횡: 코딱지텔레콤 보여?
놈팽이왈: 보이는데?
횡: 그럼 다보이는거 아냐?
놈팽이: ㅇㅇ다니는데 문제없는데?

라멘을 먹고 시청근처로 돌아와보니 도로를 통제하고 영화제 관련 부스 축제를 하고 있었다
나름 귀여운 액세서리와 굿즈, 베이커리 등 지역 상인들이 흥미로운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꼬북칩 말고 이런걸 사서 심야상영때 나눠주라고 떠들던중
- 보물찾기도 있네
- 그 보물이 꼬북칩 아님?
- 설마
- 옆에 진짜 나눠주고있는데?


하편 내용: 심야상영 2, 나이트본, 고스트인더셀(gv), 부천 및 부평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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